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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 사귀기 (헬로톡 경험담)

by sunnysun0909 202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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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서 4년째 독학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고, 2년 반 동안 헬로톡에서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벨기에, 이집트, 인도 등 여러 국가의 친구들을 사귀었다. 

 

 

챕터 1

(2020년 2월~2020년 3월)

의욕이 충만하고 대화 상대를 최대한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던 시기

 

영어를 배운 지 1년 6개월이 될 무렵 말하기 욕심이 났다. 이전에는 영어로 말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언어교환 어플인 헬로 톡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추천 대화 상대 목록에 있는 사람들에게 채팅으로 말을 걸었다. 보통 5명 중 1명 꼴로 답장을 해줬다. 대부분은 짧게 대화를 주고받다가 끝났다. 처음 2~3일 동안 매일 채팅하는 친구들을 4명 정도 만들었다. 미국, 벨기에, 인도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과는 한두 달 정도 연락을 하다가 연락이 뜸해졌다. 

 

처음 헬로 톡 앱을 사용할 때 나는 의욕만 넘쳤지 헬로 톡이라는 공간 안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는 일에 서툴렀다. 당연히 영어도 지금보다 훨씬 서툴렀다. 더 재미있게 말하고 싶었고, 더 멋진 표현을 쓰고 싶어서 답장 하는데 10분, 20분 이상 걸렸던 적도 많다. 하지만 말하기 실력이 안 좋았기 때문에 답장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뿌듯했다. 

 

 

챕터 2

(2020년 3월)

첫 음성 통화

 

외국인 친구들은 내 영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나는 내 말하기 실력이 괜찮은 줄 진심으로 착각했다. 헬로톡을 사용한 지 일주일 정도 됐을 때 외국인 친구들과 채팅하는 것에 조금 익숙해졌다. 내 첫 보이스콜 상대는 인도 국적의 22살 승무원이었다. 짧게 채팅을 주고받다가 이 친구가 갑자기 먼저 음성 통화를 하자고 했다. 내향형 성격인 나는 영어를 배운 지 1년 반이 넘어가도록 한 번도 영어로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어로 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통화를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상대방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았고 나는 긴장해서 많이 버벅거렸다. 내가 느끼기에 내 영어 말하기는 형편없었다. 발음이나 문법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들었다. 대화 중에 그거 무슨 뜻이냐고 몇 번 되물었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한숨을 푹 쉬면서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다그쳤다. 그 순간 내 멘탈은 박살 났다. 그렇게 약 20분 동안의 내 인생 첫 영어 전화 통화는 막을 내렸다. 그런데 통화가 끝나고 그 친구가 뜬금없이 채팅으로 자기랑 사귀자는 말을 했다. 나는 그 상황이 무척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 됐다. 다음 날 그 친구가 보낸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전 날의 모든 일이 이해가 됐다. 그 친구가 한 말은 이렇다. 최근에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랑 통화했을 당시 술을 많이 마셔서 취한 상태였다고 했다. 갑자기 사귀자는 말을 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 친구에게 나쁘거나 미운 감정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날 이후로 영어로 모르는 사람과 통화를 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 에피소드지만 당시에는 정말 우울했다. 

 

지금은 영어로 음성 통화하는 게 두렵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첫 번째 이유는 영어로 통화할 때 별로 긴장되지 않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영어라는 언어로 대화하는 게 편해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처음 보는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상대가 영어 원어민이 아니라 대답을 Yes, Good, Okay 등과 같이 단답형으로만 말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영어로 편하게 계속 대화를 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두렵고 긴장되더라도 그냥 영어로 말을 계속 해봐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아니, 내 경우는 극복이라기보다는 그냥 무뎌지고 익숙해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챕터 3

(2020년 4월~2020년 10월)

두 번째 음성 통화

 

첫 음성 통화 이후로 한 달간 헬로톡에서 음성 통화는 하지 않았는데 외국인 친구들은 언제나 내 영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용기를 내서 음성 통화에 도전했다. 음성 통화는 나에게는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헬로톡에서는 전화하고 싶은 사람 있냐고 포스팅을 남기면 사람들이 댓글을 남기거나 하트를 눌러서 전화 통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나도 전화 통화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냐는 글을 포스팅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열몇 개의 하트가 달렸다. 그중 한 미국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벼운 인사를 하고 간단한 농담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상대방 영어를 대략 90% 정도 이해했고 대화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배려해주는 상대와 영어로 이야기할 때는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도 굉장히 줄어든다는 것을 체감했다. 우리는 그렇게 7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이후로 한 달 정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은 뒤에 그녀는 내 여자 친구가 되었다.

 

외국인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를 사귀는 팁이 있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외국인이 많은 곳에 자주 가는 것이다. 서로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둘 다 연애할 마음이 있다면 관계는 시작된다.

 

영어로 대화할 때 팁은 ‘듣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기도 잘하면 잘할수록 좋지만 상대가 영어 원어민이기 때문에 약간 이상하거나 틀리게 말해도 상대는 문맥과 목소리톤을 보고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웬만하면 다 알아듣는다. 하지만 내가 상대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면 상대의 이야기에 반응을 할 수도 없고 대화를 이어나가기 무척 힘들어진다. 못 알아들으면 다시 말해달라고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는데 나는 대화 도중에 1분마다 say that again?, come again?이라고 하며 되물어보는 게 쉽지 않다. 대화의 흐름이 자주 끊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못 알아듣는 문장은 굳이 자세하게 알려고 하지 않고 그냥 넘겨버리는 편이다.

 

음성 통화는 주 2~3회 정도 했고 채팅은 매일 틈나는 대로 했다. 그렇게 그녀와 8개월 정도 연애를 했다. 원래 영어 말하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대화를 계속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서 말하기 연습을 좀 더 열심히 했다. 발음 기호를 배우고 영어 음소들의 정확한 발음을 배운 것도 이때였다. 예를 들면 light L, dark L, 영어 모음들(영어 모음들을 이전에는 한국식에 가깝게 발음하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등을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면서 배웠다. 처음에 발음 연습할 때는 목이 자주 아팠다. 발음이 단기간에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이 시기 이후로 확실히 조금씩 조금씩 좋아졌다. 

 


챕터 4

(2022년 7월)

세 번째 음성 통화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 1년 9개월 동안 나는 외국인과 음성 통화를 하지 않았다. 그 당시 헬로톡에서 사귄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채팅은 했지만 그마저도 몇 달 후부터는 아예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버겁고 부담스러웠다. 종종 먼저 채팅으로 말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짧게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친구가 되지는 않았다. 영어 관련 질문을 포스팅할 때만 헬로톡을 사용했다. 내가 올린 영어 질문에 자주 답변을 달아주는 미국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일주일에 영화 한 편씩 같이 보면서 언어 교환하자고 제안해왔다. 그 친구는 우리가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다고 했다. 그때는 무더운 7월이었고 내 마음도 어딘가 굉장히 느슨해져 있었다. 나는 그 친구의 제안을 수락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우리는 처음으로 음성 통화를 했다.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보통 영어 원어민들은 “Hi, how are you?” 같은 식으로 인사한다. 이건 그냥 인사일 뿐 구체적인 내 기분이나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가장 무난한 대답은 “I’m good. (Thank you.) How are you?”이다. 그런데 난 어차피 영어 원어민도 아니고, 늘 같은 대답하는 것도 재미없어서 “Slowly dying.”이라고 했다.

 

상대방 : Hi, how are you?

나 : Slowly dying.

 

이건 마치

 

상대방 : 안녕하세요? 

나 : 저 정말 우울합니다.

 

와 같다. 

 

반은 진담이었고 반은 그냥 가벼운 농담이었다.

 

그동안 30~40명 정도의 외국인과 채팅을 해봤고, 이전에 미국인 여자 친구와도 음성 통화를 자주 했었기 때문에 이때는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영어를 배운지는 만 4년이 다 돼 가는 시점이었고, 상대가 어느 정도 배려해서 말하면 듣기도 큰 문제없었다. 내 영어 말하기는 그냥저냥 하고 싶은 말은 대충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중간중간 말하다가 막힐 때 느끼는 고구마 먹는 느낌에도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영어로 말하는 게 두려웠다. 문법이나 단어 실수하는 것도 엄청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 당시 즈음에는 실수나, 영어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에 이미 어느 정도 무덤덤해진 이후였다. 나는 성격이 굉장히 내향적이다. 예를 들면, 옷가게에서 점원에게 말을 걸 때도 나는 긴장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한 마디를 꺼내는 게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영어로 낯선 사람들과 자꾸 이야기하다 보니 오히려 영어로 말할 때는 별로 긴장하지 않는다. 

 

그날 우리는 5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그 후로 일요일마다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영어)를 한 편씩 번갈아가면서 함께 봤다. 주중에는 중간중간 채팅도 했다. 나는 현실에서 친구가 없다. '있었다'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이 미국인 친구와 나누는 대화가 내가 타인과 교감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그 친구가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고 지금 우리는 연애 중이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과 영어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글쎄, 나는 답을 모른다. 나는 대화할 때 그냥 대화의 흐름을 타고 떠오르는 생각, 기억, 느낌 등을 이야기하는 편이다. 중요한 것은 대화가 잘 통하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내가 대화할 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삶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내는지 듣는 게 나는 좋다. 나는 오히려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는 좀 더 마음을 열고 내면 깊은 곳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기가 쉬운 것 같다.

 

여기까지가 내가 헬로톡을 사용하면서 외국인과 음성 통화했던 경험들이다. 

'외국인 친구'라는 단어가 주는 거리감이 있는데 외국인 친구는 당신의 한국인 친구보다 더 솔직하고 더 가까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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