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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스물다섯 스물하나 - 나의 열여덟에게

by sunnysun0909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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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와 함께 했던 나의 여름날이 끝이 났다. 나희도, 백이진 너희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야. 이 작품에는 한여름의 청춘이 가득 들어있다. 푸릇하고 싱그러운 여름 나무와 그칠 것 같지 않은 소낙비로 채색된 청춘의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포스터

 

“달려서인지 들떠서인지 아리송한 숨이 찼다. 

바람이 불어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몸을 비볐다. 

여름의 한가운데였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의 열여덟과 스무 살이 생각났다. 

 

시간에 닳고 닳아버린 기억들은 귀 기울이면 그치는 여름 끝의 풀벌레 소리 같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는 내내 잃어버린 줄 알았던 기억들이 하나둘 내 방문을 두드렸다.

내가 추억이라 이름 붙인 어떤 것들, 이를테면 기쁨이나 설렘. 그리움이나 통증까지도.

 

과거와 현재 사이에 겹겹이 자리 잡은 수많은 여름을 단숨에 넘어 

열여덟의 내가

스무 살의 내가 

불쑥 말을 걸어왔다. 

 

이상했다. 

언제부터인가 아무리 애써도 떠오르지 않던 그 애의 얼굴, 

키 작고 무서웠던 과 선배와 낯선 사투리를 쓰던 친구들의 말투.

그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밀물이 빠진 해변에서 내가 주운 것들은 장소일 때도 있었고, 사람일 때도 있었고, 계절의 온도일 때도 있었다. 

 

아마 잃어버린 일기장에 내가 적어뒀을지도 모를 것들.

고등학교 5층 독서실,

밤 10시와 밤 12시 사이의 고요와 불안

멀리서 보면 손바닥만 한 운동장

문과대, 경상대, 법대, 이과대, 중앙도서관 같은 이름이 붙은 대학 건물들

잔디밭

선배들이 자주 데려갔던 칼국숫집

기숙사 친구 방

해 질 녘 함께 모여 수런대던 선배들, 동기들

밤 10시의 가로등

만월과 취기

달고 물크러지는 입맞춤

 

어떤 날에 나는 나희도였고,

또 어떤 날에 나는 백이진이었다.

서툰 고백도 있었고, 벅찬 꿈과 설레는 사랑도 있었고, 이별도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부끄러운 실수들도.



“덕분에 우울한 걱정들을 다 잊었지. 너네랑 있으면 다 까먹었어.”

-백이진

 

나도.

그 시절의 나도 그랬다.

미래의 걱정들은 멀게만 느껴졌기에 나는 늘 안전하게 동화 같은 시간 속에 머무를 수 있었다. 

 

나는 행복했었구나. 그 시절의 친구들과. 그 시절의 사랑과. 그 시절의 청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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